80년대 미술운동 재조명, ‘난지도’와 ‘메타-복스’의 예술 실천을 현대적 입장으로 재논의하는 심포지엄 개최
난지도와 메타복스 창립전 팜플렛 표지
[글로벌 문화신문] - 시대를 넘어서는 감각을 잇는 전시, 다음 세대의 리서처가 구축한 아카이브
- 1980년대 탈모던 예술 실험의 재현과 현재, ‘해체 이후의 실천’을 질문하다.
토탈미술관은 2026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1980년대 탈모던 운동을 조명하는 기획전 《 난지도 · 메타-복스 40 : 녹아내린 모든 견고함》을 10월30일부터 11월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당시 미술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했던 두 예술 그룹 ‘난지도’와 ‘메타-복스’를 중심으로, 그들의 예술적 실험과 사유가 오늘날 어떤 의미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다.
특히 1980년대 발표작과 참여 작가들의 최근 신작이 함께 전시되며, 40년 전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1980년대는 한국 사회가 정치·사회적 격변 속에서 ‘형식주의 모더니즘’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미술 언어를 모색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등장한 ‘난지도’는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 이름을 그룹명으로 삼으며, 폐자재와 일상 오브제를 재료로 시대의 현실과 인간의 존재를 드러내는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그들의 작품은 버려진 사물 속에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삶의 흔적을 끌어올리는 미학적 선언이었다. ‘메타-복스’는 언어와 조형, 신화적 형상성을 결합하여 모더니즘의 물성 중심 미학을 비판하고, 잃어버린 인간성과 내러티브의 회복을 지향했다. ‘Meta(초월)’와 ‘Vox(목소리)’의 결합은 곧 예술의 새로운 언어적 실천을 의미하며, 제도화된 형식주의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번 전시는 80년대 민중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격랑 속에서 미술 생태계의 틈새로 몰려 충분히 연구되지 못한 탈모던의 입장을 소환하고 이것이 가진 현대적 의미를 재해석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번 전시의 부제 “ 녹아내린 모든 견고함”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의 문장 “All that is solid melts into air” 에서 차용했다.
근대의 고정된 구조와 질서가 해체되는 과정 가리키는 상징적인 문장은, 이번 전시에서 난지도와 메타-복스가 시도한 ‘형식의 해체’와 ‘사유의 전복’을 은유한다. 전시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해체 이후의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과거의 실험과 실천을 현재의 맥락에서 다시 질문한다.
토탈미술관은 본 전시와 연계해 1980년대 두 그룹의 활동과 작품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하는 심포지엄과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참여 작가와 젊은 이론가들이 협업하여 그 시대의 자료를 정리하고, 현재의 시각에서 미술사적 의의를 다시 읽는다. 창립 이래 실험적인 미술운동을 지지하고 시대정신을 공유하며, 제도 안팎에서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해 온 토탈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이 시대정신과 어떻게 다시 호흡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참여 작가 (난지도 3인,메타 복스 3인) 소개
1) 김찬동(b. 1957)
김찬동은 1980년대 중반, 대학원 재학 중 실험미술 그룹 ‘메타 복스(Meta-Vox)’를 결성하여 당시 미술계에 팽배하던 모더니즘 미학과 공모전 중심의 제도화된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적 예술 실천과 담론 형성을 지향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오상길, 홍승일, 하민수 등과 함께 그룹의 기획위원으로 참여하며 연립전 등 다양한 전시를 통해 ‘탈모던’ 미술운동의 중심에서 저항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였고, 오브제와 구조주의적 구성, 언어의 확장 등을 통해 표현의 경계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이후 김찬동은 아르코미술관장,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관장 등을 역임하며 문화예술 행정가로서도 활동 폭을 넓혔으며, 최근에는 나주시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 지역문화 정체성 강화와 현대적 문화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2) 박방영(b.1957)
박방영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 석사, 동양화과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으며, 1985년 대학원 재학 중 4명의 작가들과 함께 실험미술 그룹 ‘난지도’를 결성하였다. 입체와 설치를 중심으로 한 그의 실험적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후 정신성과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기 위해 평면 회화로 작업 방향을 전환하였고, 한지 위에 먹과 아크릴을 사용해 동양적 재료와 서양적 기법을 접목한 독자적인 표현 세계를 구축했다. 작가는 삶을 통해 체화된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 사랑, 생명력의 에너지를 화면 위에 펼쳐내며, 특히 꽃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는 먹으로 그려낸 강인한 생명력과 응축된 정서가 돋보인다.
3) 신영성(b.1959)
신영성은 1985년 실험미술 그룹 ‘난지도’를 결성하며 작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산업화와 더불어 가속화된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의 현실에 주목하여, 시계와 선풍기 등의 폐품을 망치와 전기톱, 불과 인두로 또 한번 훼손한 오브제 작업을 통해 존엄성을 잃은 인간 군상과 시대상을 상징화했다. 제도화된 미술계의 형식을 거부한 그의 실험은 퍼포먼스와 설치를 넘나들며 인간의 존재와 자유, 인권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1986년부터 발표한 (1986~)을 거쳐 회화적 전환을 이룬 장기 연작 <만인사유상(萬人思惟像)>(2010~)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물의 원래 기능을 전복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소외된 존재와, 지워진 존엄을 회복하고자 한 작가는, 종이 위에 무수한 선을 긋고 지우는 예술 행위를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과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것은 희망이자 환상이며 그리움이고 초혼의 울림이다. 또 그것은 생명의 양식이고 일종의 우주이며 무엇보다 ‘사람’ 그 자체다”(박은영, 미술사가)
4)하민수(b. 1961)
하민수는 1985년 결성된 ‘메타-복스(Meta-Vox)’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초기 작업에서는 추상과 미니멀리즘 중심의 당대 미술 흐름에서 벗어나 오브제와 기호의 문제에 천착했다. 그는 “사물은 물론 기호에 대해서도 관념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접근”(박은영, 미술사가)하였다. 이후 여성적 시각에서 오브제가 가지는 의미와 감각을 확장하였고, 1990년대부터 여성의 일상에서 사용되는 소재인 천과 바늘, 실을 활용하여 여성의 삶이 가지는 복잡성을 가시화했다.
1993년에는 30대 여성작가 그룹 ‘30캐럿’을 결성하여 동료 여성 작가들과 협업하였고, ‘여성, 그 다름과 힘’전, ’99 여성 미술제’ 등에 참여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Art 제안’ 그룹으로 활동하였고, 하민수의 수공예적이고 신체적인 작업 방법론은 여성, 이주민, 세월호 참사, 위안부 문제 등 사회적 아픔과 연결되었다. 작가는 계속해서 실을 엉키고 풀어가며 사회와 접촉하고 예술적 메시지를 발화할 수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한다.
5) 하용석(b.1958)
하용석은 1985년 ‘난지도’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제도화된 미술계와 민중미술 양 진영에 비판적 시선을 던지고, 새로운 대안 미술의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그는 전시장 바닥에 폐목을 설치하는 등 미완성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으로 기존 미술 문법의 해체를 꾀했다. 1992년 ‘겨울의 전국일주’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을 무대로 한 행위-설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신체와 시대의 아픔을 결합한 작업을 진행했고,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전시장을 부수고 도끼를 던지는 강렬한 퍼포먼스로 예술 제도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냈다.
1990년대 초에는 뉴욕 P.S.1 뮤지엄 국제스튜디오 프로그램에 초청되었으며, 이후 백남준에 이어 유일하게 록펠러재단의 초청 작가로 선정되었다. 귀국 후에는 퍼포먼스의 흔적과 행위의 에너지를 회화에 응축시키는 방법을 탐구했으며, 원색의 거친 붓질과 폭발적인 에너지로 내면의 심상을 표현하는 회화 작품을 통해 작업 세계의 확장을 도모했다.
6) 홍승일(b.1960)
홍승일은 ‘메타-복스(Meta-Vox)’의 멤버로 활동하며, 모더니즘 미학과 제도 중심의 1980년대 미술 구조를 비판하고 탈모던 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그는 공사 현장에서 수집한 폐합판 패널과 거친 오브제를 활용해 사회의 좌절과 상처를 물성 자체로 표현했다. 낡고 훼손된 재료가 예술 작품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인간의 상처와 회복, 그리고 삶의 순환을 상징하며 생명을 감싸고 치유하는 예술 세계의 가능성 보여준다.
작가는 메타-복스 해체 이후에도 폐목재, 드럼통, 뗏목 등을 활용한 대형 설치 작업을 통해 삶과 사회의 황폐함을 드러냈으며, 2011년부터는 해변의 풍경을 담은 회화로 확장하여 생명이 순환하고 귀환하는 시간의 흐름을 그리고 있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9회의 개인전과 6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부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도 기여했다.
전시개요
○ 전시명: 난지도 · 메타-복스 40: 녹아내린 모든 견고함
○ 일 시: 2025.10.30 (목) - 11.23 (일)
○ 장 소: 토탈미술관 전관
○ 초청일: 2025.10.30 (목) 17:00
○ 심포지엄: 2025.11.8 (토) 14:00
○ 작 가: 박방영, 신영성, 하용석(난지도), 김찬동, 하민수, 홍승일(메타-복스)
○ 심포지엄 연구자: 김찬동, 김주원, 심진솔, 조수진○ 아카이빙 프로젝트 연구자: 강부민, 김강리, 이승준
○ 주최/주관: 토탈미술관
○ 후원: 서울시
문의 토탈미술관 Tot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담당자: 김민선 큐레이터이메일: info@totalmuseum.org , minseon.total@gmail.com
전화: 02-379-7037 웹사이트: www.totalmuseum.org 인스타그램: @total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