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 출산장려협회 박희준 이사장
‘인구전략기획부 설립 추진단’에 올리는 생활밀착형 인구전략가의 고언(苦言)
[글로벌문화신문] 박희준 (사)한국출산장려협회 창설자 겸 이사장, 인구학박사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황은 오랫동안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며, 2000년대 초반 1.3명대를 유지하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를 야기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단지 출산율 하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노동력 부족, 경제 성장 둔화, 국가의 재정 부담 증가 등의 연쇄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에 따라서 향후 노동 인구의 감소는 불가피해지며, 이는 경제적 활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사회보장 제도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노인 부양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다층적이며 복합적이다.
첫째로,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커짐에 따라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집값의 급등과 치솟는 생활비는 가정을 꾸리기 어려운 현실을 만들어냈으며,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조차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녀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둘째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확대되었지만,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출산을 꺼리게 되며, 이로 인해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육아를 지원하는 사회적 인프라와 정책적 지원 역시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고,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셋째로, 사회적 문화와 가치관의 변화도 출산율 저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커지고 있다.
또한 1인 가구의 증가와 비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출산율 감소의 배경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의 미래 전망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현재의 출산율 수준이 유지된다면 인구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며, 인구 절벽에 도달하는 시점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노동력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제적 경쟁력도 약화시킬 것이다. 또한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청년 세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연금, 의료, 복지 등 다양한 사회보장 제도의 재정 부담이 커지며, 이는 국가 재정에 큰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 연령 인구의 감소는 세수의 감소로 이어져 정부의 재정적 여력을 더욱 축소시킬 수 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출산 장려금이나 일회성 지원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거, 일자리, 육아 지원 등 전방위적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적 인프라의 확충,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해결,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주거 문제 해소 등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과 방향최근 정부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구인 '인구전략기획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구는 국가 차원의 인구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며, 더 나아가 이민 정책 등 인구 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출산율만을 높이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저출산 문제의 본질은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 강화, 가족 친화적인 문화 조성,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 해소 등이 필요하다. 인구 구조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정부와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